항공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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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한항공 15년 경력 승무원의 현실 승무원 - 1편

 직업으로 객실 승무원이요?

13박14일 짐을 싼 돌돌이를 끌고 집을 나섭니다.. 승객들 캐리어에는 뭐가 들어있는건지, 저 무거워 보이는걸 가지고 어떻게 기내까지 들어 온건지 의문인 짐들이 들어있는 오버 헤드빈(over headbin)을 닫고, 콜라캔 24개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서랍을 번쩍전쩍 들어 올려야하는 직업입니다. 쪼그리고 앉아서 300명 밀 세팅(meal setting)을 해야하는 직업이며, 구두를 신고 20시간 이상을 걸어야하는 고된 직업입니다.
여러분 모두 다~ 기꺼이 하실 각오가 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15년 근속 노하우

대한항공 승무원으로서 15년간 근속하신 점 먼저 너무나 존경스럽다는 말씀 드립니다! 긴 시간 비행하시면서 건강도 많이 상할 수 있었을텐데 15년 동안 근무할 수 있었던 원동력(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 있으셨나요?
 ’아무리 힘든 비행이라도 랜딩하고, 도어 밖으로 나가면 종료’ 매번 이 단순한 사실을 떠올리고 버티면서(?) 지낸듯합니다.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면 더 힘들더라고요.
 오래 근무하시면서 건강과 수면 관련해서 개인적인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스테이션에 도착해서 안 자는 경우는 있어도 비행 전에는 무조건 짧게라도 몇 시간 을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승무원을 오래하고 싶어도 체력적인 부분때문에 퇴사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체력적인 부분을 어떻게 관리하셨나요. 운동을 꾸준히 하시나요?
  목이나 허리가 아파서 퇴사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근력강화 운동을 꾸준히 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승무원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발목이나 손목이 많이 아플것 같은데, 그럴때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제가 평소에 오래 서있으면 발목이 아파서요!)
  너무 뻔하지만 평소에 운동 열심히 하시고 다치지 않게 조심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각보다 무거운 것들(?)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중량 운동도 하면 도움이 되긴 하겠네요…
 비행하면서 슬럼프 오셨을때 어떻게 극복하셨느지 궁금합니다. 15년 경력 정말 존경합니다!
  동기, 팀동료가 정말 많이 의지됩니다. 팀원들, 동기들과의 그 끈끈함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팀 동료들과 버티고 버티고 하다보니 슬럼프였던 시간들도 흘러갔네요.
 시차적응 꿀팁이 있을까요
  볼거리 많고 할 것 많은 스테이션에에 시차적응이 무슨 필요가 있나요. 보통은 한국시차 맞춰서 지내다가 졸려도 다~ 구경하고 경험하러 나가게 됩니다.

15년 경력 승무원 관점

 ’승무원에게 이미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니폼의 매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유니폼만 입으면 말투도 생각도 태도도 달라집니다. 반대로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있을 땐…ㅎ
 15년 근무하신 입장에서 "승무원이란 이런 직업이다."라고 어떻게 설명하실지 궁긍합니다.
  고객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
 객실 승무원도 사람인지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상황이 닥치면 똑같이 무서울텐데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요
 평소에는 똑같이 걱정하고 우스갯 소리도 하고 그럽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실제로 하드 랜딩(hard landing)이나 터뷸런스(turbulence) 때 보면 승무원들은 승객들 안전부터 신경쓰고 아주 민감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합니다. 유니폼을 입는 순간 우리는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이 됩니다.
 ’승무원으로서 제일 필요한 능력과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15년 경력 승무원님의 관점이 정말 궁금합니다!
  그 한번의 비행, 혹은 팀원들과 1년의 비행 동안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비행마다 자기 듀티(duty)가 주어집니다. 본인 듀티가 끝났다고 할 일이 끝나는게 아니라 다른 구역들도 살펴서 도와주고 팀 동료끼리 협력하는게 필요합니다. 다음에 비행기에 타셔서 이륙전에 관심있게 보시면, 서비스를 먼저 끝 마친 퍼스트나 프리스티지 시니어가 앞치마를 입고 와서 열심히 카트 잡아 주시고 함께 갤리(galley)정리 해주시는 걸 보실 수 있을거에요.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승진이 잘되는 분들이나 오래 다니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성향이나 특징이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잘하는 분들은 누구보다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하세요. 함께 비행해보면 누구나 느낍니다. 언젠가 여러분들도 함께 비행해보면 알게 될거에요.
  일을 하면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역량이 무엇인가요
  억지로가 아닌 스스로 찾아서 하는 능동적인 태도
“스스로 찾아서 하는 능동적인 태도”
 15년 근무하면서 느끼신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여행을 하고 새로운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도착 후 혼자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그 낯선 곳에서 갖는 혼자만의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15년 경험담

 비행하시면서 멀미때문에 고생하셨던 적이 있나요? 혹은 비행기 멀미하는 승무원이 주위에 있었나요?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와 비행기 멀미가 있다면 승무원을 직업으로 비추천 하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저는 멀미가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멀미하는 승무원을 본적도 없구요. 다만 승객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과 승무원으로 타는 건 다른 것 같아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15년 근무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딱 일주일 후에 LA 비행을 가는데, 몸도 마음도 정말 힘들더라구요. 웃으면서 서비스하기가 괴로웠습니다. 저는 프로가 아니었나봅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공통적인 이미지나 분위기 같은게 있는 것 같나요? 다른 항공사 승무원분들과 얘기해보셨을 때 대한항공 승무원만의 특이한점이 있나요?
외항사나 다른 항공사에서 경력직으로 넘어오신 분들과 일하다 보면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진짜 일을 많이 한다는게 느껴지긴 합니다. 다른 항공사 보다 할 일도 많고요…
  대한항공은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이라고 들었습니다. 여전히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문화인가요(언니 문화가 아직 있나요…?) 아니면 바뀌고 있나요? 나이많은 신입이 들어오면 인식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시대가 바뀌니 조직도 늘 변화하고 있지요. 나이로 시니어, 주니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나보다 먼저 들어와서 경험이 많으면 시니어 이고 나보다 나중에 들어와서 경험이 적으면 주니어입니다. (오히려 나이를 먼저 따지고, 나이로 위계를 나누는 한국 특유의 문화 때문에 경험으로 주니어, 시니어를 구분하는걸 어색하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언니 문화는 대한항공만의 문화라기 보다는 여자들이 많은 조직이라면 어디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되어 있을수록 더 엄격한 것 같고요.
 고객과 동료(선후배) 트러블이 생겼을 시 어떻게 대처해야 옳은 방향인지 궁금합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다면, 주변 동료나 선배, 팀장님께 도움을 청해야겠지요.
 고객의 감정이 더 중요한가요? 아니면 매뉴얼이 더 중요한가요?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고객 컴플레인에 민감하다고 들어서요)
 둘 중 어느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네요. 융통성이 필요하긴 합니다. 모든걸 매뉴얼이라서 안된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주니어 승무원이 처음부터 잘하기 어렵다는걸 다들 알고 있습니다. 먼저 고객이 원하는게 뭔지 최대한 듣고, 판단이 어렵다면 나보다 경험이 많은 분께 보고하시면 됩니다. 그럼 잘 알려주실 거에요. 팀 비행을 하는 이유입니다.
 프레스티지석 손님들의 기대치가 높을 것 같은데 서비스하실 때 많이 긴장되지는 않는지, 어떤 마음이신지 궁금합니다.
 음… 긴장보다는 생각보다 신경쓸게 많아서 이코노미보다 서비스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랍니다.
 팀비행 제도는 없어졌나요? 없어졌다면 매번 새로운 멤버와 비행 + 가끔 팀비행 이렇게 운영되나요?
 팀장님이 함께 비행을 가시거나, 팀원이 많이 가면 그걸 그냥 팀비행이라고 합니다. 타팀이나 RS들은 늘 조인되고 있어요.
 팀비행마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다 친하게 지내야 하나요?
 일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을텐데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 동료랑 친하게 지내야지, 이 동료랑은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지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잘 안맞는 멤버와 팀이되면 어떻게 버티나요?
 맞고, 잘 안맞고는 내가 통제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도 다양하고요. 관계를 신경쓰기 보다는 최대한 열심히 일에 집중하면서 ‘1년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친절한 서비스와 단호한 서비스는 어떤 기준으로 하시나요
 모든 승객에게 친절해야하는 건 당연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 구분하셔서 고객에게 휩쓸리지 않으시면 됩니다. 특히 안전에 위배되는 것들과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들은 단호하게 대처합니다.
“안전에 위배되는 것들과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들은 단호하게 대처합니다”
  가장 인상깊은 취항지는 어디신가요? 이유도 궁금합니다.
  원하는 대답이 아닐 것 같지만, 스케줄이 잘 안나오던 유럽 취항지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주 가는 취항지는 그만큼 익숙해지고, 자주 못가는 취항지는 그만큼 기다려진달까요.
  다신 안보고 싶은 승객은 어떤 유형인가요
 하늘 위 비행기라는 한정 된 공간에서 제공하는 기내 서비스 특성상 늘 누군가에게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보통은 제한 된 상황에서 겪게 되는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은데, 간혹 불편한 마음을 다 드러내고 기내 모든 불편한 상황을 승무원 잘못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은 힘듭니다.
 승객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고 나온 상황에서 흡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의 대처방법이 궁금합니다
 담배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담배를 핀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장실에 불씨가 될 수 있는게 남아있는지 확인이 더 중요합니다. 다른 승무원들과 해당 정보를 공유하고 담배를 핀 당사자를 계속 주시해야 합니다. 나중에 또 피면 안되니까요.
 고객에게 감동받은 사례가 궁금해요
 승무원들의 서비스에 고마워 해주시는 분들이요. 승무원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너무 고맙다고, 수고 많았다고, 덕분에 잘 왔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한텐 매번 정말 감동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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